누구나 한번 쯤은 이 세상이 어떻게 존재하게 된 건지, 그리고 왜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질문하게 됩니다. 물론 우리는 현대 과학의 우주론에서 아직까지는 정설로 자리 잡은 빅뱅 이론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정립한 이론이므로, 빅뱅 이론을 지금까지 존재했던 우주의 기원에 대한 설명 중 가장 납득할 만한 설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반면에 기독교 신앙에서는 '창조'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창조는 비롯할 창(創), 지을 조(造)라는 글자로 되어 있고 영어로는 creation이죠. 즉 이 세상은 누군가에 의해 지음을 받았다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대 전제입니다.
물론 기독교 신앙에도 여러 스펙트럼이 있기 때문에, 빅뱅 이론이나 다윈이 대표하고 있는 진화론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는 입장과 긍정하는 입장이 기독교 신앙 안에 혼재 되어 있고 이런 주제들은 지금도 열 띤 논쟁을 불러 일으키곤 합니다.
그런데 우선적으로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성경은 이러한 현대적인 논쟁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기독교 신앙의 근간이 되어주는 문서라고 할 수 있는 성경은 우리가 '고대'라고 부를 법한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쓰여졌고, 당시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하는 논쟁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죠. 성경은 이 세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당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언어를 이해해야 하고, 그것을 토대로 성경이 말하는 창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파악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성경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창세기?
창세기는 성경을 펼치면 나오는 첫 책입니다. 그리고 창세기 1장과 2장에 걸쳐서 세상이 처음에 어떻게 시작 되었는지 설명합니다. 그런데 그 설명 방법이 현대의 과학 서적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 이야기에는 하나님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이 6일에 걸쳐서 각각 무언가를 오직 자신의 말로 만들어냅니다. 일부 내용을 현대어로 번역되어 있는 표준새번역 성경으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2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다.
3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니, 빛이 생겼다.
4 그 빛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셔서,
5 빛을 낮이라고 하시고, 어둠을 밤이라고 하셨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하루가 지났다.
6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물 한가운데 창공이 생겨, 물과 물 사이가 갈라져라" 하셨다.
7 하나님이 이처럼 창공을 만드시고서, 물을 창공 아래에 있는 물과 창공 위에 있는 물로 나누시니, 그대로 되었다.
8 하나님이 창공을 하늘이라고 하셨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튿날이 지났다.
9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하늘 아래에 있는 물은 한 곳으로 모이고, 뭍은 드러나거라" 하시니, 그대로 되었다.
10 하나님이 뭍을 땅이라고 하시고, 모인 물을 바다라고 하셨다.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
이렇게 각각의 날마다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창조가 이뤄지고, 그 결과가 하나님이 보기에 좋았다는 구절이 후렴구처럼 반복됩니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날마다 이뤄진 창조는 서로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경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노력으로 창세기 1장에서 말하는 창조 이야기의 구조가 아래와 같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즉 1일 차에 만들어진 빛과 어둠은 4일 차에 만들어진 해, 달, 별이 자신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줍니다. 2일 차에 만들어진 하늘과 바다는 5일 차에 만들어진 새, 물고기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되어주고, 3일 차에 만들어진 땅과 식물들은 6일 차에 만들어진 지상의 동물들과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되어주는 식입니다.
따라서, 성경은 하나님의 창조 행위를 통해 혼돈 상태였던 세상에 질서를 세웠고, 각각의 피조물들에게 자신의 역할이 부여 되었으며, 그 역할을 통해 서로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서로를 섬기도록 세상이 만들어졌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을 알 수가 있는데, 그것은 성경에서 말하는 창조와 우리가 창조라는 용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창조라는 말을 듣는 순간 빅뱅 이론과 원자, 우주의 팽창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사실적인 과정을 떠올리는 것이죠.
그런데 성경에서 말하는 창조는 하나님이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시고, 각각의 피조물들에게 역할을 주신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세상 속에 존재하게 된 피조물들이 하나님의 질서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그것으로 인해 서로를 섬기게 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데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창세기의 표현 이해하기
그렇다면 창세기는 세상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왜 그렇게 설명하는 걸까요?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세기가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우리가 '고대'라고 부르는 시기에 쓰여진 문서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들에게 신화라는 것은 꽤 익숙한 용어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북유럽 신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이야기들이 영화로 나오기도 하니까요. 지금은 신화라는 것이 '허구적인 전설' 정도로 여겨지지만, 사실 고대에서 신화는 세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장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세계 각 국의 역사를 공부해보면 항상 첫 시작은 신화적인 설명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창세기는 중동 지역에 살았던 고대의 이스라엘 사람들에 의해 쓰여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그 이후 여러 언어로 번역되면서 지금 우리에게까지 전달된 것이죠. 당시 고대 중동에는 창조를 설명하는 여러 신화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유명한 것으로 '에누마 엘리쉬'라는 신화가 있습니다.
사실 에누마 엘리쉬와 창세기는 유사한 점이 꽤 있습니다. 에누마 엘리쉬도 세상이 처음에는 혼돈 그 자체였다고 말하며, 여러 신들에 의해 세상과 인간이 지어졌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에누마 엘리쉬와 창세기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요소들이 다릅니다.

에누마 엘리쉬에는 여러 신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창세기는 오직 한 분이신 하나님만이 등장합니다. 에누마 엘리쉬는 세상의 창조 과정이 여러 신들 간의 싸움 도중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창세기에서는 그럴 일도 없으며, 창조는 하나님의 계획 아래 질서 정연하게 이뤄집니다. 에누마 엘리쉬에서 인간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이지만, 창세기에서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하나님에게 세상을 관리할 수 있는 전권을 부여 받은 존재입니다.
결국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는 당시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과 중동 지역 사람들에게 익숙했던 언어를 통해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온 세상은 하나님이 지으신 것이며, 그 하나님은 전능하시고 선하시다는 것, 그리고 세상을 사랑하신다는 것 말이죠. 그리고 이 이야기는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같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따라서 창세기의 표현 방식을 알게 되면, 우리는 세상의 기원에 대해 창세기가 전달하는 중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됩니다. 과학과 성경은 서로 담당하는 역할이 다릅니다. 과학이 세상의 기원에 대한 물리적 과정이 어떠했는가를 살펴본다면, 성경은 그 세상을 누가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들었는지 말해줍니다. 그래서 현대를 사는 우리도 창세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볼 수 있는 것이죠.
기독교가 믿는 창조
기독교 신앙이 믿는 창조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기독교는 세상이 하나님께 지음을 받은 곳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 하나님은 전능하신 분이며, 세상을 돌보시고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 신앙은 현실을 도피하거나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서 은둔하는 것을 지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상은 하나님께서 우리가 살아가도록 만드신 곳이기에 중요한 곳이며,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다룹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온 세상을 지으셨기에, 개개인의 삶 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과 사회 전체,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독교 신앙이 창조에 대해 가지는 또 다른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은 '새 창조'라는 개념입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세상은 선하고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우리가 흔히 '타락'(fall)이라고 부르는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망가지게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본래부터 인류와 다른 피조물을 위해 자신이 지으신 세상을 더더욱 좋게 만들어가실 것을 계획하셨고, 여전히 그 계획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며, 이 세상을 타락의 상태에서 회복 시킬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계획대로 더 좋은 세상을 이루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것을 새 창조라고 부르며, 그 계획의 중심에 예수가 있다고 믿는 것이 기독교 신앙입니다.